유후인 도착 후 바로 역 앞 보관소에 짐을 맡겼다.

덜어낸 짐만큼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유후인 구석구석을 거닐기 시작했는데, 비가 내려 우산을 써야하긴 했어도 장대비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산과 강, 논밭. 그 어디를 둘러 봐도 자연, 자연, 자연. 말 그대로 자연과 공존하는 작고 조용한 마을.

아기자기한 집들도 꽃과 나무와 함께 자연의 일부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조용한 강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졸졸졸, 느리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작은 강과 저 멀리 울타리처럼 녹푸르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수, 시골 특유의 맑은 공기, 청량한 새소리 덕에

유후인 노 모리를 탔을 때의 그 상쾌한 기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날도 좋고, 그림도 좋고, 함께 하는 이도 좋고.

둘이서 도란도란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긴린코 호수까지 걷는 길.

 

 

드넓게 펼쳐진 논과 밭 뒤로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온천지와 료칸의 풍경도 아늑함을 더해주어서, 우리네 시골과 비슷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재밌게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연상되었다. 그곳은 천상계 료칸이라 좀 더 럭셔리하긴 하지만 ;)

 

 

긴린코 호수에 다다를 무렵, 다른 동선으로 온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곳이 유후인에서 거의 전무후무 하다시피한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지만,

이런 저런 한데 엉킨 사람들의 말소리가 종전의 고요와 평온을 깨버려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와 함께 비도 소란스러워졌다. 후두둑 후두둑. 서둘러 사진을 찍고, 시내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 번 여행에는 인적이 드문 새벽녘에 물안개 낀 긴린코의 모습을 보러 와야겠다. 그렇게 예쁘다는데.

 

 

가는 길에 지역 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토리텐 전문점을 들러 본격 먹방을 시작했다.

4-5평 남짓한 아주 작은 가게. 비가 와서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게 안에 딱 두세사람이 앉을 만한 의자가 있어 그곳에서 먹고 가기로 했다.

 

 

 

닭 안심인지, 가슴살인지 하여간 살코기인데도 불구하고 감탄스러울 정도로 부드럽고 촉촉하게 조리된 닭튀김, 토리텐을 유즈 코쇼우(ゆずこしょう, 유자 후추)에 찍어 먹었다.

평상시 닭 가슴살을 즐겨 먹기 때문에 안 해 본 조리법이 없는데 이집의 뛰어난 요리 비결을 배워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토리텐은 간이 세지 않고 튀김 옷이 얇아 담백한게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도 죄책감을 덜 수 있을 만한 음식 같았고, 유자 후추는 특유의 짭조름한 고추 맛에 상큼한 유자 향이 어우러져 음식 맛에 개성을 더해주었다.

내 입맛에는 무척 짠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찍어 먹은 걸 보면 중독성이 강한 게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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