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팝 어플에서 추천해준 유성온천역 근처 세븐팩토리 모먼트 카페.

고층 빌딩 최고층에 위치해 탁 트인 전망이 매력인 곳이다.

Seven factory 간판이 저렇게 건물 꼭대기에 뙇. 덕분에 찾아가기가 쉽다.

입구에서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다스베이더와 스톰트루퍼. 전혀 어색하지 않음.

카운터 오른 편에 넓직한 스크린 메뉴판이 있어서 인쇄된 메뉴판보다 가시성이 높았다.

복층 구조로 된 2층 규모 카페라 천장이 높고 전체적인 공간이 확 트여있다.

테이블 크기가 큰 편은 아니지만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넓어 답답하지 않은 게 맘에 들었다.

사진 상에서 우측으로 가면 유리 문으로 구분된 공간(화장실이 있는 곳)이 나오는데 카공족 전용 공간인건지, 사람 많은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조용했다.

2층 테라스로 나오면 볼 수 있는 다소 소박한 전망.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지만 푸른 나무들로 둘러 쌓인 강 길도 보이고, 저 멀리 산도 보이고. 무엇보다도 늘 기분 좋은 얼굴인 하늘이 반.

요즘같은 날씨엔 해질 무렵에 오는 게 좋겠다.

스탠딩 조명. 밤엔 다 켜려나.

아니, 화장실도 시티 뷰가... 허헛 ^^

채광이 잘 돼서 밝은 세븐팩토리 모멘트. 날 좋은 평일 아침 이곳에 와서 느긋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료 맛도 괜찮고. 2천원인가 얼마를 주면 프레즐, 치즈볼 등의 주전부리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기도 하다니 참고.



 

유후인 도착 후 바로 역 앞 보관소에 짐을 맡겼다.

덜어낸 짐만큼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유후인 구석구석을 거닐기 시작했는데, 비가 내려 우산을 써야하긴 했어도 장대비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산과 강, 논밭. 그 어디를 둘러 봐도 자연, 자연, 자연. 말 그대로 자연과 공존하는 작고 조용한 마을.

아기자기한 집들도 꽃과 나무와 함께 자연의 일부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조용한 강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졸졸졸, 느리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작은 강과 저 멀리 울타리처럼 녹푸르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수, 시골 특유의 맑은 공기, 청량한 새소리 덕에

유후인 노 모리를 탔을 때의 그 상쾌한 기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날도 좋고, 그림도 좋고, 함께 하는 이도 좋고.

둘이서 도란도란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긴린코 호수까지 걷는 길.

 

 

드넓게 펼쳐진 논과 밭 뒤로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온천지와 료칸의 풍경도 아늑함을 더해주어서, 우리네 시골과 비슷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재밌게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연상되었다. 그곳은 천상계 료칸이라 좀 더 럭셔리하긴 하지만 ;)

 

 

긴린코 호수에 다다를 무렵, 다른 동선으로 온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곳이 유후인에서 거의 전무후무 하다시피한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지만,

이런 저런 한데 엉킨 사람들의 말소리가 종전의 고요와 평온을 깨버려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와 함께 비도 소란스러워졌다. 후두둑 후두둑. 서둘러 사진을 찍고, 시내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 번 여행에는 인적이 드문 새벽녘에 물안개 낀 긴린코의 모습을 보러 와야겠다. 그렇게 예쁘다는데.

 

 

가는 길에 지역 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토리텐 전문점을 들러 본격 먹방을 시작했다.

4-5평 남짓한 아주 작은 가게. 비가 와서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게 안에 딱 두세사람이 앉을 만한 의자가 있어 그곳에서 먹고 가기로 했다.

 

 

 

닭 안심인지, 가슴살인지 하여간 살코기인데도 불구하고 감탄스러울 정도로 부드럽고 촉촉하게 조리된 닭튀김, 토리텐을 유즈 코쇼우(ゆずこしょう, 유자 후추)에 찍어 먹었다.

평상시 닭 가슴살을 즐겨 먹기 때문에 안 해 본 조리법이 없는데 이집의 뛰어난 요리 비결을 배워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토리텐은 간이 세지 않고 튀김 옷이 얇아 담백한게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도 죄책감을 덜 수 있을 만한 음식 같았고, 유자 후추는 특유의 짭조름한 고추 맛에 상큼한 유자 향이 어우러져 음식 맛에 개성을 더해주었다.

내 입맛에는 무척 짠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찍어 먹은 걸 보면 중독성이 강한 게 확실했다.


첫 후쿠오카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유후인 여정.

비록 값비싼 료칸 대신 저렴한 유스 호스텔을 예약했지만 도심보다는 시골, 마천루보다는 너르고 푸른 자연 경관을 좋아하기에 들뜬 마음은 여전했다.



다만, 유후인으로 향하는 수단으로 테마 열차인 유후인 노모리를 택했다.

인당 4,550엔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해야 했지만, 유후인의 풍경을 확 트인 유리창 너머 조금이라도 더 빨리 눈에 담고자하는 탓이었다.



제대로 기차 여행하는 기분을 내고자 하카타역 에키벤에서 도시락도 하나 샀다.

판매 순위 No.2라는 1000엔 남짓한 규슈 도시락을 골랐는데, 정갈하니 색감도 예쁘고 생선 구이, 조림, 튀김 등 반찬 가짓수도 많아 이것저것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밥이 제일 맛있었는데, 일본 쌀은 왜이리 달고 윤기 넘치는지... 여행 시작과 함께 나의 저탄수 고단백 위주의 식사 원칙이 와장창 무너져버렸다... OTL



정 가운데 딱 하나 들어있던 발갛고 먹음직스러운 새우는 머리를 깔끔히 발라내고 먹으려는 찰나에 바닥으로 추락사(...)하고 말았는데

옆 좌석에 앉아 있던 일본인 아주머니가 그 광경을 딱! 보고 웃으셔서 조금 멋쩍었다. ^^;



유후인 노 모리의 두 번째 묘미는 기념 사진 촬영이었다.

승무원에게 날짜가 적힌 팻말을 건네받고, 사진기를 건네주면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데 가로로 한 번, 세로로 한 번을 기가 막히게 찍어준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도 사진의 분위기를 한껏 밝혀줘서 매우 만족 :) 그의 실력 탓인지 우리 열차칸만 해도 거의 모든 승객이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후식을 위해 찾은 스낵 바.

유후인 사이다와 원두커피를 주문했고 특별할 건 없는 맛이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엄청나게 흔들거리는 열차(무궁화 호보다 더 심한...)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과

스낵 바 한켠에 비치된 기념 엽서에 도장을 쾅쾅 찍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는 점에서 나름 흥미로운 방문이었다.



차창 밖으로 끊임없이 펼쳐졌던 파릇파릇한 풍경

나무들이 뾰족하면서도 둥그스름한 붓펜 촉처럼 생겨서 너무 예쁘고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이었던 건 단연 운전석 쪽 큰 창 너머 풍경이었다.

좁은 철로를 따라 수풀을 열심히 헤쳐가며 달리는 열차가 그려내는 풍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서 식후임에도 불구하고 졸리거나 지루할 틈을 느끼지 못했다.


🔺 유후인 노 모리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



중간에 승객들이 웅성웅성대며 오른 쪽을 바라보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뜻밖에 폭포가 있었다.

이제서야 찾아보니 지온(慈恩)폭포라는데 사진상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박력이 넘쳤다.

밤에는 조명을 켠다는데 그 모습이 살짝 궁금하다.


이외에도 폐교 같은 곳을 지나칠 때 일본어로 알아듣지 못할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

귀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도 귀신을 볼 것처럼 뭔가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풍기는 장소였다. 무..무셩ㅠㅠ



약 2시간 후 초록의 아기자기한 유후인 노 모리는 목조 건물에 노란 등불이 어우러져 운치있는 유후인 역사에 도착했다.


유후인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설레게 했던 유후인 노 모리 ;)

초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보다 가까이서 자연을 느끼며 도시 살이에 피곤했던 눈을 쉬게 할 수 있었기에 비싸지만 가치있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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