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후쿠오카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유후인 여정.

비록 값비싼 료칸 대신 저렴한 유스 호스텔을 예약했지만 도심보다는 시골, 마천루보다는 너르고 푸른 자연 경관을 좋아하기에 들뜬 마음은 여전했다.



다만, 유후인으로 향하는 수단으로 테마 열차인 유후인 노모리를 택했다.

인당 4,550엔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해야 했지만, 유후인의 풍경을 확 트인 유리창 너머 조금이라도 더 빨리 눈에 담고자하는 탓이었다.



제대로 기차 여행하는 기분을 내고자 하카타역 에키벤에서 도시락도 하나 샀다.

판매 순위 No.2라는 1000엔 남짓한 규슈 도시락을 골랐는데, 정갈하니 색감도 예쁘고 생선 구이, 조림, 튀김 등 반찬 가짓수도 많아 이것저것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밥이 제일 맛있었는데, 일본 쌀은 왜이리 달고 윤기 넘치는지... 여행 시작과 함께 나의 저탄수 고단백 위주의 식사 원칙이 와장창 무너져버렸다... OTL



정 가운데 딱 하나 들어있던 발갛고 먹음직스러운 새우는 머리를 깔끔히 발라내고 먹으려는 찰나에 바닥으로 추락사(...)하고 말았는데

옆 좌석에 앉아 있던 일본인 아주머니가 그 광경을 딱! 보고 웃으셔서 조금 멋쩍었다. ^^;



유후인 노 모리의 두 번째 묘미는 기념 사진 촬영이었다.

승무원에게 날짜가 적힌 팻말을 건네받고, 사진기를 건네주면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데 가로로 한 번, 세로로 한 번을 기가 막히게 찍어준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도 사진의 분위기를 한껏 밝혀줘서 매우 만족 :) 그의 실력 탓인지 우리 열차칸만 해도 거의 모든 승객이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후식을 위해 찾은 스낵 바.

유후인 사이다와 원두커피를 주문했고 특별할 건 없는 맛이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엄청나게 흔들거리는 열차(무궁화 호보다 더 심한...)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과

스낵 바 한켠에 비치된 기념 엽서에 도장을 쾅쾅 찍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는 점에서 나름 흥미로운 방문이었다.



차창 밖으로 끊임없이 펼쳐졌던 파릇파릇한 풍경

나무들이 뾰족하면서도 둥그스름한 붓펜 촉처럼 생겨서 너무 예쁘고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이었던 건 단연 운전석 쪽 큰 창 너머 풍경이었다.

좁은 철로를 따라 수풀을 열심히 헤쳐가며 달리는 열차가 그려내는 풍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서 식후임에도 불구하고 졸리거나 지루할 틈을 느끼지 못했다.


🔺 유후인 노 모리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



중간에 승객들이 웅성웅성대며 오른 쪽을 바라보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뜻밖에 폭포가 있었다.

이제서야 찾아보니 지온(慈恩)폭포라는데 사진상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박력이 넘쳤다.

밤에는 조명을 켠다는데 그 모습이 살짝 궁금하다.


이외에도 폐교 같은 곳을 지나칠 때 일본어로 알아듣지 못할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

귀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도 귀신을 볼 것처럼 뭔가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풍기는 장소였다. 무..무셩ㅠㅠ



약 2시간 후 초록의 아기자기한 유후인 노 모리는 목조 건물에 노란 등불이 어우러져 운치있는 유후인 역사에 도착했다.


유후인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설레게 했던 유후인 노 모리 ;)

초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보다 가까이서 자연을 느끼며 도시 살이에 피곤했던 눈을 쉬게 할 수 있었기에 비싸지만 가치있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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