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동네에 장이 섰다.

출출해서 뭐라도 사 먹으려는 찰나에 도넛 가게에서 만득이 핫도그 발견!

어릴 적 실내화 주머니를 빙빙 돌리며 집으로 돌아오던 하교 길에 종종 사 먹었던 간식인지라 반가운 마음에 쫑그리에게 "먹을래?"하고 물어봤는데, 괜찮다 한다.

그에 잠시 시무룩하는 표정을 지었더니 3초간 여자 언어 해석기를 돌린 쫑그리가 하는 말 "우리 삥그리 먹고 싶구나~ 사먹자! 꼬고!" 유혹 성공 헤헤 ;P


생긴 게 못났다하여 붙여진 이름, 만득이.. 작은 감자 조각을 다닥다닥 붙여서 튀긴 게 특징이다.

덕분에 감자 튀김과 핫도그를 한꺼번에 먹는 일거양득의 효과.

가격은 합리적인 ₩1,500. 케챱에 설탕까지 골고루 묻혀야 맛있지만, 과한 당 섭취는 참는 것으로...


요새 즉석에서 바로 튀겨주는 핫도그 가게가 인기 절정인데다 맛도 가격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투박하고 못난 핫도그가 그리울 때가 있다.

추억을 먹는다는 표현이 적절하려나.


무려 거제도에 살고 있는 친구가 추천해준 이태리식당 빛나.

단번에 이곳의 맛과 분위기에 반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영업 중인 곳이다. 애정 뿜뿜♥

 거울에 코팅된 글씨가 너무 예뻐 찍어보았다. 반짝반짝. 밤에 가면 모든 것이 블링블링!

 깔끔한 커트러리

▲ 조화마저 고급스럽고 자연스러움


육식 매니아 쫑그리를 위해 스테이크를 요청했으나 늦은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솔드아웃ㅠㅠ 아쉬운대로 파스타와 감바스를 하나씩 주문하기로 한다.


트러플 크림 파스타 (₩16,000)

1인분 치고는 양이 꽤 넉넉했고 묽은 소스는 수프처럼 떠먹기 적당하고 고소해서 화덕빵과 함께 남김없이 다~ 먹었다.

무엇보다도 알덴테 상태의 꼬들꼬들한 면 식감이 맘에 들고, 시큼한 트러플 향과 고르곤졸라의 곰팡진 맛(?)이 전체적으로 감돌지만 과하지 않았다.


트러플 요리를 먹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재료 가격이 매우 비싸 극소량이 들어갔을 테지만 존재감은 참 확실했다. 아래는 트러플에 대한 나무위키 내용.

맛은 강렬한 버섯과 약간의 식초와 고기와 살짝 흙이 섞인 맛이다. 한약이랑 비슷한 맛도 난다 이것 말고는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 혹은  을 한움큼 입에 넣어 씹은 상태에서 라이터 가스 냄새를 동시에 맡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맛없다는거냐 무엇보다 강렬함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진미가 그렇듯이 매우 이질적이고 짙은 향을 풍긴다.

감바스 (₩15,000)

배신없는 새우의 찰진 맛. 화덕빵은 고소+담백. 올리브유를 많이 썼기에 다소 느끼하지만 고추 씨의 칼칼함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레스토랑 안에서 바라보는 밤 풍경도 괜찮았지만 밖에서 바라본 레스토랑 모습이 훨씬 예뻤다. 레스토랑 바로 앞에는 아주 작은 산책로와 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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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어느 여유로운 낮, 빛나를 다시 찾았다.

이번엔 놓치지 않고 맛볼 수 있었던 호주산 부채살 스테이크 (₩24,900)

그릴에 조리한 것을 뜨거운 판 위에 올려서 내준다. 흔하디 흔한 느타리 버섯도 스테이크 옆에 서니 그럴싸하다.

나의 사랑 아스파라거스가 딱 한 줄기여아쉬웠지만 이곳 가격대가 만족도 대비 저렴한 편이기에 괜찮았다. 새콤한 토마토와 달달한 양파 구이 가니쉬도 나름 어울리는 조화.

스테이크는 잡내나 잡미가 없고, 입안을 가득 채우는 두툼하고 육덕진 부채살의 부드러운 식감과 맛이 훌륭했다.

미듐 레어 상태로 겉면만 익혀 나와 달궈진 판에 더 익혀 먹어도 되지만, 우린 썰기가 무섭게 바로 바로 흡입! :) 스테이크는 역시 미듐 레어가 진리~

루꼴라 화덕피자 (₩17,000)

개인적으로 루꼴라 자체의 단맛을 좋아하는데 으ㅠㅠ 취향 저격!
모짜렐라와 그라나빠다노 치즈의 감칠맛과 잔잔한 페스토 소스, 토마토의 신선함이 어우러져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맛이었다.

화덕빵에 신선한 샐러드를 얹어 먹는 기분.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아 기회만 되면 가고싶은 곳.
아직 생긴지 얼마 안된 탓일까, 조용한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탓일까 그리 북적이진 않았는데. 아무튼 오래 오래 흥하기를 :)



지난 2015년 봄, 쫑그리와 함께 했던 두달간의 동남아 배낭 여행기.

그때의 그 느낌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머릿 속에서 서서히 지워져가므로 앞으로라도 종종 생각나는 만큼의 이야기를 기록하려 한다.

달아나는 추억을 붙잡아야지.

게으름 충만한 스스로를 향한 선전포고!

쫑그리가 노잼의 도시 대전에 왔다.

누군가가 대전에 방문하게 되면 늘 그렇듯이 활동보다는 먹방에 초점을 맞춰 가이드하게 된다. ^^;

대청댐, 장태산 휴양림, 계족산, 동학사, 수통골 등 방문할만한 곳이 있기야 하지만 나같은 뚜벅이들에게는 약간 한계가 있으므로... (지리산 산골도 남해도 차 없이 잘만 다녔으면서!=_=) 이번에도 역시 먹고 카페 가고 먹고 영화 보고 먹고 산책하는 정도의 루트로! :)


날도 더운데다가 고기를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반영해 월산본가에서 냉면과 고기를 먹을까 하다가 콜롬버스의 신대륙처럼 발견한 왕관식당!

두어번 진주에 가서 먹었던 육회 비빔밥이 무척 그립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2시간밖에 안되는 짧은 영업시간, 그 희소성에 꼭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큰길과 가깝긴 하지만 골목 안쪽에 위치한 왕관식당. 생활의 달인 비빔밥 편에 출연된 곳이라고 한다.

콩나물밥(₩4,000) 2인분과 육회 대자 한접시(₩9,000)를 시켰다.


흰쌀밥과 콩나물이 전부라 투박하면서도 넉넉한 양이 혜자스러운 콩나물밥과

나도 그랬고 옆테이블 아주머니도 그랬고 처음 접한 사람들은 다 한번씩 물어서 확인할 정도로 '대(大)'자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미니 육회 한접시 :)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수긍하게 된다.

육회를 둘이 사이좋게 나눠 넣고 특제 양념장에 스윽스윽 비벼서

한입 앙!
꿀 맛 :)


개인적으론 육회를 비롯해 여러가지 나물들을 잘막잘막하게 썰어 입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는 듯한 식감을 주는 진주 육회비빔밥이 좀 더 맛있었지만, 콩나물 특유의 아삭아삭한 식감과 더불어 육회를 즐기는 왕관식당의 음식도 별미 중의 별미였다.


원래 콩나물밥 하면 기껏해야 잘게 간 돼지고기를 볶아서 곁들이는 것밖에 몰랐는데 육회라니 ㅠㅠ

이제 집에서 콩나물밥을 해먹을 때마다 '여기에 육회가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할 것 같다.

* 영업시간 | 12:00 - 14:00



 

유후인 도착 후 바로 역 앞 보관소에 짐을 맡겼다.

덜어낸 짐만큼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유후인 구석구석을 거닐기 시작했는데, 비가 내려 우산을 써야하긴 했어도 장대비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산과 강, 논밭. 그 어디를 둘러 봐도 자연, 자연, 자연. 말 그대로 자연과 공존하는 작고 조용한 마을.

아기자기한 집들도 꽃과 나무와 함께 자연의 일부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조용한 강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졸졸졸, 느리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작은 강과 저 멀리 울타리처럼 녹푸르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수, 시골 특유의 맑은 공기, 청량한 새소리 덕에

유후인 노 모리를 탔을 때의 그 상쾌한 기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날도 좋고, 그림도 좋고, 함께 하는 이도 좋고.

둘이서 도란도란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긴린코 호수까지 걷는 길.

 

 

드넓게 펼쳐진 논과 밭 뒤로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온천지와 료칸의 풍경도 아늑함을 더해주어서, 우리네 시골과 비슷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재밌게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연상되었다. 그곳은 천상계 료칸이라 좀 더 럭셔리하긴 하지만 ;)

 

 

긴린코 호수에 다다를 무렵, 다른 동선으로 온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곳이 유후인에서 거의 전무후무 하다시피한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지만,

이런 저런 한데 엉킨 사람들의 말소리가 종전의 고요와 평온을 깨버려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와 함께 비도 소란스러워졌다. 후두둑 후두둑. 서둘러 사진을 찍고, 시내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 번 여행에는 인적이 드문 새벽녘에 물안개 낀 긴린코의 모습을 보러 와야겠다. 그렇게 예쁘다는데.

 

 

가는 길에 지역 사람들이 즐겨먹는다는 토리텐 전문점을 들러 본격 먹방을 시작했다.

4-5평 남짓한 아주 작은 가게. 비가 와서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게 안에 딱 두세사람이 앉을 만한 의자가 있어 그곳에서 먹고 가기로 했다.

 

 

 

닭 안심인지, 가슴살인지 하여간 살코기인데도 불구하고 감탄스러울 정도로 부드럽고 촉촉하게 조리된 닭튀김, 토리텐을 유즈 코쇼우(ゆずこしょう, 유자 후추)에 찍어 먹었다.

평상시 닭 가슴살을 즐겨 먹기 때문에 안 해 본 조리법이 없는데 이집의 뛰어난 요리 비결을 배워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토리텐은 간이 세지 않고 튀김 옷이 얇아 담백한게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도 죄책감을 덜 수 있을 만한 음식 같았고, 유자 후추는 특유의 짭조름한 고추 맛에 상큼한 유자 향이 어우러져 음식 맛에 개성을 더해주었다.

내 입맛에는 무척 짠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찍어 먹은 걸 보면 중독성이 강한 게 확실했다.


첫 후쿠오카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유후인 여정.

비록 값비싼 료칸 대신 저렴한 유스 호스텔을 예약했지만 도심보다는 시골, 마천루보다는 너르고 푸른 자연 경관을 좋아하기에 들뜬 마음은 여전했다.



다만, 유후인으로 향하는 수단으로 테마 열차인 유후인 노모리를 택했다.

인당 4,550엔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해야 했지만, 유후인의 풍경을 확 트인 유리창 너머 조금이라도 더 빨리 눈에 담고자하는 탓이었다.



제대로 기차 여행하는 기분을 내고자 하카타역 에키벤에서 도시락도 하나 샀다.

판매 순위 No.2라는 1000엔 남짓한 규슈 도시락을 골랐는데, 정갈하니 색감도 예쁘고 생선 구이, 조림, 튀김 등 반찬 가짓수도 많아 이것저것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밥이 제일 맛있었는데, 일본 쌀은 왜이리 달고 윤기 넘치는지... 여행 시작과 함께 나의 저탄수 고단백 위주의 식사 원칙이 와장창 무너져버렸다... OTL



정 가운데 딱 하나 들어있던 발갛고 먹음직스러운 새우는 머리를 깔끔히 발라내고 먹으려는 찰나에 바닥으로 추락사(...)하고 말았는데

옆 좌석에 앉아 있던 일본인 아주머니가 그 광경을 딱! 보고 웃으셔서 조금 멋쩍었다. ^^;



유후인 노 모리의 두 번째 묘미는 기념 사진 촬영이었다.

승무원에게 날짜가 적힌 팻말을 건네받고, 사진기를 건네주면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데 가로로 한 번, 세로로 한 번을 기가 막히게 찍어준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도 사진의 분위기를 한껏 밝혀줘서 매우 만족 :) 그의 실력 탓인지 우리 열차칸만 해도 거의 모든 승객이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후식을 위해 찾은 스낵 바.

유후인 사이다와 원두커피를 주문했고 특별할 건 없는 맛이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엄청나게 흔들거리는 열차(무궁화 호보다 더 심한...)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과

스낵 바 한켠에 비치된 기념 엽서에 도장을 쾅쾅 찍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는 점에서 나름 흥미로운 방문이었다.



차창 밖으로 끊임없이 펼쳐졌던 파릇파릇한 풍경

나무들이 뾰족하면서도 둥그스름한 붓펜 촉처럼 생겨서 너무 예쁘고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이었던 건 단연 운전석 쪽 큰 창 너머 풍경이었다.

좁은 철로를 따라 수풀을 열심히 헤쳐가며 달리는 열차가 그려내는 풍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서 식후임에도 불구하고 졸리거나 지루할 틈을 느끼지 못했다.


🔺 유후인 노 모리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



중간에 승객들이 웅성웅성대며 오른 쪽을 바라보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뜻밖에 폭포가 있었다.

이제서야 찾아보니 지온(慈恩)폭포라는데 사진상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박력이 넘쳤다.

밤에는 조명을 켠다는데 그 모습이 살짝 궁금하다.


이외에도 폐교 같은 곳을 지나칠 때 일본어로 알아듣지 못할 안내 방송이 나왔는데,

귀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도 귀신을 볼 것처럼 뭔가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풍기는 장소였다. 무..무셩ㅠㅠ



약 2시간 후 초록의 아기자기한 유후인 노 모리는 목조 건물에 노란 등불이 어우러져 운치있는 유후인 역사에 도착했다.


유후인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설레게 했던 유후인 노 모리 ;)

초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보다 가까이서 자연을 느끼며 도시 살이에 피곤했던 눈을 쉬게 할 수 있었기에 비싸지만 가치있는 선택이었다.

몇해 전 서울 사는 친구 따라 처음 맛보았던 딘타이펑의 샤오룽바오. 입에 넣자 마자 뜨거운 육즙이 후두두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 이런 딤섬도 있구나'하는 음식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일전에 중국과 홍콩에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딤섬이란 그저 한국 만두와 모양만 다를 뿐인 맛있는 중국 만두, 맛있는 중국 찐빵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던 나에게 딘타이펑의 샤오룽바오는 딤섬의 깊이가 얼마나 넓고 다양한 지를 확연하게 일깨워 준 음식이었다.

그런 딘타이펑의 본점이 대만에 있다는 건 대만 여행의 중요한 대목이나 다름 없었다.

101빌딩을 구경하고 거기에 있는 딘타이펑을 갈까 하다가 관광객을 포함한 손님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용캉제로 이동했다.

이곳 역시 손님이 바글바글한 것은 매한가지. 그래도 101빌딩에 비하면 대기시간이 훨씬 짧았다.

대기표를 받고 나서 선주문을 하게 되는데, 한국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어 메뉴 선택이 수월했다.

나는 샤오마이(새우 얹은 샤오룽바오)와 샤오루젠쟈오(밑면만 살짝 구운 만두), 땅콩소스 비빔면을 각 하나씩 주문했는데, 이곳을 찾는 손님이 많은 만큼 시스템도 신속하고 체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 잠시 주변 상점에 들어가 구경을 좀 하고 왔더니 이미 내 순서가 지났다고 한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래서 2분 정도 더 기다리니 금세 내 번호가 다시 불렸다.

비좁은 1층 통로와 계단을 오르니 나온 2층 홀.

자스민 차인지 우롱 차인지(기억이 가물가물)와 얇은 생강채 얹은 초간장 소스를 포함한 기본 상차림. 내외부에 모두 한국인 직원이 있어 한국인이 오면 전담 케어를 해 주는 것 같았다.

이윽고 주문했던 새우 딤섬이 나왔다. 선주문 시스템이라 그런지 신속한 서빙! (최고)

메뉴판 설명 그대로 육즙이 살아 있는 샤오마이ㅠㅠ 숟가락을 이용해서 육즙 한 방울 허투루 흘리지 않고 다 먹었다.

간혹 소가 너무 달달해 먹기 힘겨운 딤섬 집이 있는데, 딘타이펑의 딤섬은 별다른 조미료 없이 고기 본연의 담백한 맛과 육즙을 잘 살렸다.

꼭대기에 얹어 올린 통실한 새우 한마리는 입에 넣으면 금방 녹아 없어지는 고기 소와의 작별로 인한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다음으로 나온 땅콩소스 비빔면.

직원이 탁자에 내려 놓기도 전에 벌써 땅콩과 깨의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 와 입맛을 돋운다.

두 말 할 거 없이 맛도 참 고소하고 담백했다. 매운 맛이지만 내 입맛엔 별로 맵지 않았고, 살짝 달달한 맛이 돌고 짜지 않아 서브 메뉴로서 부담스럽지 않은 선택이었다. 당연히 메인은 딤섬 ;)​

마지막으로 나온 군만두 샤오루젠쟈오.

전에 TV에서 이연복 쉐프가 요리한 군만두 모양이 딱 이런 모양이었던 것 같은데... 맛보는 건 처음이라 두준두준♥

밑바닥은 반죽을 붓고 얄팍하게 구워 바삭바삭한 식감을 살리고, 그외에는 촉촉한 딤섬 그대로를 맛볼 수 있는 샤오루젠쟈오.

초간장을 살짝 찍고 생강채를 올려 같이 먹으니 느끼하지도 않고, 구운 부분이 종잇장처럼 얇게 바스러짐과 동시에 딤섬이 입안에서 전체적으로 사르르 녹아내리는 식감에 고단했던 하루가 행복하게 마무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계산은 다 먹은 후 나갈 때 1층에서 하게 되는 시스템인데, 이렇게 충분히 먹고도 나온 금액은 484 대만 달러... 즉, 우리 돈으로 17,000원 가량!! @@

체계적이고 친절한 손님 응대에서부터 맛과 저렴한 가격까지... 사람들이 왜 딘타이펑~ 딘타이펑~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딘타이펑 본점 위치 (구글 지도)

대만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던 친구가 대만에서 꼭 먹어 봐야 할 메뉴로 추천해 준 '우육면'.

한국에도 동명의 라면이 있었기에 일단은 뭔가 친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 들었다.

구글링 결과 용캉 소재 맛집을 알게 되었고, 늘 그렇듯이 맛집 탐방의 기쁨으로 인해 향하는 걸음 걸음이 참 가벼웠다.

Since가 빠지지 않는 간판이며, 낡은 건물 외관이며, 줄 선 사람들까지.. "나 맛집이오" 하는 인상을 풍기고 있던 '용캉우육면'.

약간 이른 점심 시간이기도 했고, 나는 딱 한 자리만 차지하면 됐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가 났다. 빠른 착석은 나홀로 여행의 큰 이점 중의 하나.

보자... 뭘 시켜볼까? 우육면처럼 보이는 가운데 줄 세 개 메뉴 중에 잠시 고민하다가, 나처럼 혼자 와서 나의 바로 앞 자리에 합석한 대만 언니가 주문한 메뉴를 똑같이 주문했다. 뭐가 뭔지 잘 모를 때 쓰는 좋은 방법이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Beef Noodles with soybean sauce and spicy'로 가장 기본적인 우육면이다.

때깔부터 고기 형태까지 참 니글니글한 우육면의 자태에 멈칫하긴 했지만, 첫 술을 떠보니 생각보다 국물 맛이 깊고 부드러웠다. 기름 맛을 잡기 위해 아주 세게 간을 한 것도 아니었고, 외형보다는 오히려 담담하고 무던한 맛이 신기했다. The heavy version of 소고기 무국같기도 했다. 약간 시큼한 냄새도 풍겼다.

고기는 부드러워 굳이 비유를 하자면 개고기 같은 느낌이 들었고, 면은 계란면인건지, 씹으면 탄성 없이 뚝뚝 끊기는 식감으로 '아, 내가 지금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있구나'하는 무게감을 더해 주었다. 탄수화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면과  육수가 서로 엄청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무척 황홀했다.

대만 언니가 따로 주문한 오이+고추 피클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 보고 있자니, 그녀가 대뜸 나에게도 같이 먹자며 넉살 좋게 권한다. 곁들여 먹기에 나쁘지는 않았지만 살짝 기름진 피클이었다. 이보다는 딤섬집에서 주는 짜사이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짜사이도 기름지긴 하지만 훨씬 더 새콤달콤 짭쪼롬한 매력을 선사하므로.

작은 테이블에 단둘이 앉은 우리는 우육면을 천천히 먹으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녀는 외국인과의 대화가 오랜만인지 짧은 영어로 조금 느리게 그렇지만 완벽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했다.

커리어 우먼으로 숨 가쁘게 살아오다가 병중에 계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최근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그녀는 이곳의 단골 손님이라고 했다. 오늘도 갑자기 우육면이 생각나서 왔다는데 우리가 이렇게 만날 인연이었나보다 싶었다.

내가 식사 후 단수이로 향한다고 하니 자기도 마침 그 근처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본인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흔쾌히 YES 했는데 그녀는 자기가 나쁜 사람이면 어떻게 할 거냐며, 무섭지 않냐고 되려 물어 본다.

나는 그럴 리 없다고 대답했다. 화장기 없이 수수한 모습은 그렇다 치고, 선한 눈빛과 꾸밈없이 말하는 모습은 속이려야 속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가는 길에 입이 심심하지 않을까 해서 근처 'TenRen's Tea'에서 쩐주나이차(버블밀크티)를 포장해 갔다.

사실 언니가 식당에서 내 몫의 식사비까지 내주었고, 나는 그런 뜻밖의 호의에 너무 고마워 맛있는 디저트라도 대접하고 싶었던 건데 그녀는 배부르다며 사양했다.

단수이까지 가는 30여분의 시간동안 우리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고, 금세 가볍지 않은 정이 들어 버렸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는 없었다. 왜 하필 오늘에야 만났을까 참 아쉬웠지만 생각해 보면 오늘이기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그녀에게 그나마도 최근 깔았다 지웠다는 카카오톡 계정을 알려 줬는데, 아직도 연락이 오지 않는 걸 보면 카카오톡도 사용하지 않나 보다. 연락처를 받아 놓을 걸 하는 아쉬움과 동시에 늘 만나고 헤어짐이 이어지는 여행의 희노애락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다.

대만을 떠나기 하루 전,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만의 참된 매력을 느끼게 해준 그녀에게 정말 고맙고, 그립고, 앞으로도 가끔 한 번씩 떠올릴 우육면 한 그릇과 함께 그리워할 것이다.

•용캉우육면(Yongkang Beef Noodles) 위치 (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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