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특히 하노이에 한번 쯤이라도 와본 사람들은 교통이라면 아주 진저리를 칠 것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오토바이들이 요리조리 빈틈을 놓치지 않고 앞으로 밀며 밀리며 나아가는 풍경.

특히 아침,  저녁 러시아워와 주말이면 도로는 거의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된다.

하기사 대중교통이라고는 낡은 버스뿐인 베트남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이동수단은 오토바이일 것이다.


우선 자동차는 너무 비싸다.

베트남은 자동차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수입관세가 거의 100% 부과된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2,000만원인 모닝을 두배 가격인 4,000만원에 사야하는 것이다. 때문에 웬만큼 잘 살지 않으면 차를 몰기 힘들다.


기름값도 휘발유가 리터당 21,000동(우리 돈으로 1000원 수준) 정도로 한국사람들에겐 저렴하지만,

현지 사람들의 평균 소득이 한국의 1/10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그렇게 싼 가격은 아니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여러모로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물론 자전거, 전기자전거라는 대안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힘이 덜 들고 빠르고 멀리까지 갈 수 있는 오토바이의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나마 호치민에는 곧 지하철이 들어선다고 한다.

호치민은 경제적으로 발달해 자동차 이용 비율도 높고 교통질서도 더 나은 편이다.


그에 비해 지금도 한창 고속도로 건설 등 도로정비를 하느라 바쁜 하노이는 언제 지하철을 도입하고 언제 성숙한 교통질서의식을 갖추게 될까?

오토바이는 차처럼 덩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여기저기 맨몸처럼 자유자재로 스며들 수 있다.

그래서 교통 혼란을 더 가중시킨다.

일종의 추월 문화가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너도나도 오토바이 추월문화에 익숙하다보니 덩치 큰 차량에도 추월관성이 이어진다.

종종 손님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야 하는 본분을 망각한채 레이싱을 일삼는 택시기사를 만나기도 하고,

호시탐탐 차선을 바꾸려 시도하는 몇톤급 공사차량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물론 뭐든 하면 는다고 추월에 대처하는 운전자들의 반응도 기민한 편이지만, 여전히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에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 한 가지 거론되는 소음 문제.

오토바이 엔진 소리는 기본으로 까는 배경음악같은 느낌이다.

도시 외곽 공업지대에는 공사용 트럭까지 가중하여 어마어마한 클락션 소리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사실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도로의 운전자들인데, 맨몸으로 도로에 방치되다보니 소음에 대한 역치가 높아진 것 같다.

우선 대체적으로 말소리가 클 뿐만 아니라 결혼식 등 행사가 있을 때 귀청이 떨어질 만큼 음악을 크게 틀기도 한다.

흥을 돋우기 위함일 수 있지만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 그 데시벨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공해는 두말할 것도 없다.

오토바이는 매연감소장치가 없기 때문에 1대가 자동차 3대보다 더 많은 매연을 배출한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한국에 유학간 베트남 친구가 서울 공기가 정말 좋다고 하기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총체적으로 난감한 베트남의 교통.

누구든 교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여전히 "답이 없다"로 끝나는 게 이곳 베트남이다.

수입차 관세 인하라던가, 자체 제조 기술력 확보, 대중교통시설 투자 등 좀 더 큰 차원에서 개선되지 않으면 당분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


그저 조금씩이라도 더 나아지기만을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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