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 시내에서부터 깟깟 마을까지 트레킹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나니 두세시 경. 릴리의 집에 도착했다.

 

대나무 울타리를 들어서면 보이는 너른 마당, 왼 편에는 최근에 다시 정돈한 듯하지만 결국은 푸세식인 화장실, 오른 편에는 장작 더미들과 수돗가, 정면 끝에는 나무로 된 집이 있었다.

 

마당에 그냥 막 풀어서 키우는 닭과 병아리들..

릴리의 딸인 네 살배기 쟁이가 모이를 주곤 했는데, 스킬 없이 무당처럼 쌀을 팍팍 던지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쫑그리는 조용히 관찰 중~

 

쟁이는 정말 사랑스러웠는데 시크하면서도 은은하게 웃는 표정과 수차례 반복하는 행동들이 쓰러질 듯이 귀여웠다.

이를 테면, 걸레를 수돗물에 적신 후 대충 짜서 빨랫줄에 던지고(키가 안 닿아 ㅠㅠ), 또 그 걸레를 다시 적신 후 널고, 적시고, 널고를 계속 반복ㅋㅋ

나도 같이 놀고 싶어서 걸레를 효율적으로 짜는 법을 알려 줬다ㅋㅋㅋㅋ

 

쟁이와 놀다가 날이 저물기 전에 마을 산책을 하기 위해 나섰다.

땅 파는 쫑이 위로 햇빛이 무척 따사롭다. 자외선이 강한 동남아에서 머리카락과 두피 보호를 위해 모자는 필수!

 

기념품 샵 같은 곳에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하드 한 개에 5천 동! (우리 돈으로 약 ₩300)

 

작은 마을이지만 오며 가며 자연 경관을 맘껏 감상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인 릴리.

 

이곳은 릴리 하우스의 중심, 거실 겸 식당이다.

바닥에 놓인 화로에서 바로 요리하는 릴리.

 

집에서 활동하기 불편한 소수민족 의상은 이미 벗어버린 지 오래였다. 고산족도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더 진솔해 보였다.

 

짜잔~ 남부러울 것 없는 깟깟마을 가정식 한 상! 물론 매일 이렇게 먹진 않겠지만...

 

찰기가 없이 흩날리는 흰 쌀밥, 찐 양배추와 구운 두부 토마토 볶음, 죽순 볶음과 돼지고기 파프리카 볶음, 채소 국, 약간은 뿔은 듯해도 중독성이 강한 볶음 라면까지 :)

전체적으로 조미료 맛이 돌긴 했지만, 죽순이 특히 아삭 아삭하니 너무 맛있었다.

 

샤워실이 따로 없는 열악한 시설...

그냥 양치질과 세수만 하기로 한다. 쫑그리 치카푸카~

 

 

우리의 잠자리. 이곳에서 우리는 악몽같은 어둠을 경험한다.

 

빛이란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어두 컴컴한 방 안. '칠흑같다'는 말이 무엇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한 줄기의 빛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두려운 일인 줄 미처 알지 못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왠지 모르게 옆집 개가 계속해서 왈왈 짖는데, 잠은 죽어라 안오고 자리는 불편하고... @@

 

개가 왜 저렇게 짖는 걸까? 혹시 마을에 외국인 관광객이 왔다고 도둑이 드는 건 아닐까?

 시건 장치라고는 자물쇠 하나가 전부인 낡은 목조 주택인데...

 

아니면 귀신이 있는 걸까? 아까 집 정문 양쪽에 모두 부적이 붙어 있었는데...

 

걱정에 걱정을 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불면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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