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가기 전엔 그렇게 좋아했던 베트남 쌀국수였는데, 베트남에서 돌아 오고 나서부터는 별로 찾지 않게 되었다.

몇 년간 현지에 살면서 워낙에 진한 육수의 생면 쌀국수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한국 프랜차이즈 쌀국수의 심심하고 가벼운 맛으로는 성에 차지 않더라.

그러던 중 아주 갑자기 친구 따라 가게 된 베트남 음식점 에머이. 대전에는 생긴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갤러리아 백화점 바로 맞은 편에 위치.

에머이(Emoi)는 사실 엠 어이(Em oi)다.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을 부르는 말인데, 보다 친숙하게 발음 나는 대로 칭한 것 같다.
실제로 베트남 현지 식당에 가면 여기 저기서 종업원을 찾는 '엠어이~' 소리를 정말 많이 듣게 된다.

**조금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에머이는 사실 Em moi(엠 머이; '제가 대접하겠습니다'라는 의미)를 줄여서 브랜딩한 거라고 한다. 엇 하고 다시 보니 이런, 들어간 성조가 다르다. ㅎㅎㅎ 알파벳 m이 하나 없고 발음이 달라 오해할 뻔 :P

알록달록 캐주얼한 내부 인테리어, 작은 테이블과 등받이 없는 의자는 베트남 현지 카페 같은 느낌이다.

일단 가장 기본인 소고기 쌀국수(₩9,000)를 먹어보기로 했다.

고수도 따로 요청했다. 사실 고수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고수 향이 그다지 세지 않을 땐 향신채로서의 역할이 꽤 괜찮다.

테이블 한 켠에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마늘 초절임도 있었다.

나는 마늘 초절임이라면 거의 한 통을 다 거덜낼 정도로 잘 먹는데, 새콤한 마늘이 쌀국수의 기름진 국물과 잘 어울리므로 함께 곁들여 먹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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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우선 '포'로 시작하는 일반 프랜차이즈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국물도 더욱 진하고 면도 넓직하고 쫄깃한 오리지널 퍼 면에 고기도 제법 많이 들어갔다.

▲ 베트남 현지에서 즐겨 먹었던 퍼 보 따이(Pho bo tay; 덜 익힌 소고기 쌀국수). 쫄깃한 생면과 진한 육수, 부드럽운 고기가 일품이다. 양도 꽤 많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호텔 요리사 출신인 창업자가 베트남식 쌀국수 생면을 제조하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던 모양이다. 2년 여의 연구 끝에 직접 기계도 개발하고 지점마다 하나씩 배치했다고.

덕분에 한국에서도 베트남 현지 퍼 보(Pho bo; 소고기 쌀국수)와 가장 흡사한 쌀국수 한 그릇을 맛볼 수 있다.

한가지 흠이라면, 면 양이 좀 적은 것? 면보다는 고기가 더 많은 것을 좋아하는 나는 딱 괜찮았지만, 면을 엄청 좋아하거나 많이 먹는 사람들에게는 좀 부족한 양일 수 있다.

다음 번엔 분짜, 바잉 쎄오 등 에머이의 다른 음식을 맛보고 평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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