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던 친구가 대만에서 꼭 먹어 봐야 할 메뉴로 추천해 준 '우육면'.

한국에도 동명의 라면이 있었기에 일단은 뭔가 친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 들었다.

구글링 결과 용캉 소재 맛집을 알게 되었고, 늘 그렇듯이 맛집 탐방의 기쁨으로 인해 향하는 걸음 걸음이 참 가벼웠다.

Since가 빠지지 않는 간판이며, 낡은 건물 외관이며, 줄 선 사람들까지.. "나 맛집이오" 하는 인상을 풍기고 있던 '용캉우육면'.

약간 이른 점심 시간이기도 했고, 나는 딱 한 자리만 차지하면 됐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가 났다. 빠른 착석은 나홀로 여행의 큰 이점 중의 하나.

보자... 뭘 시켜볼까? 우육면처럼 보이는 가운데 줄 세 개 메뉴 중에 잠시 고민하다가, 나처럼 혼자 와서 나의 바로 앞 자리에 합석한 대만 언니가 주문한 메뉴를 똑같이 주문했다. 뭐가 뭔지 잘 모를 때 쓰는 좋은 방법이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Beef Noodles with soybean sauce and spicy'로 가장 기본적인 우육면이다.

때깔부터 고기 형태까지 참 니글니글한 우육면의 자태에 멈칫하긴 했지만, 첫 술을 떠보니 생각보다 국물 맛이 깊고 부드러웠다. 기름 맛을 잡기 위해 아주 세게 간을 한 것도 아니었고, 외형보다는 오히려 담담하고 무던한 맛이 신기했다. The heavy version of 소고기 무국같기도 했다. 약간 시큼한 냄새도 풍겼다.

고기는 부드러워 굳이 비유를 하자면 개고기 같은 느낌이 들었고, 면은 계란면인건지, 씹으면 탄성 없이 뚝뚝 끊기는 식감으로 '아, 내가 지금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있구나'하는 무게감을 더해 주었다. 탄수화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면과  육수가 서로 엄청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무척 황홀했다.

대만 언니가 따로 주문한 오이+고추 피클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 보고 있자니, 그녀가 대뜸 나에게도 같이 먹자며 넉살 좋게 권한다. 곁들여 먹기에 나쁘지는 않았지만 살짝 기름진 피클이었다. 이보다는 딤섬집에서 주는 짜사이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짜사이도 기름지긴 하지만 훨씬 더 새콤달콤 짭쪼롬한 매력을 선사하므로.

작은 테이블에 단둘이 앉은 우리는 우육면을 천천히 먹으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녀는 외국인과의 대화가 오랜만인지 짧은 영어로 조금 느리게 그렇지만 완벽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했다.

커리어 우먼으로 숨 가쁘게 살아오다가 병중에 계신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최근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그녀는 이곳의 단골 손님이라고 했다. 오늘도 갑자기 우육면이 생각나서 왔다는데 우리가 이렇게 만날 인연이었나보다 싶었다.

내가 식사 후 단수이로 향한다고 하니 자기도 마침 그 근처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본인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흔쾌히 YES 했는데 그녀는 자기가 나쁜 사람이면 어떻게 할 거냐며, 무섭지 않냐고 되려 물어 본다.

나는 그럴 리 없다고 대답했다. 화장기 없이 수수한 모습은 그렇다 치고, 선한 눈빛과 꾸밈없이 말하는 모습은 속이려야 속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가는 길에 입이 심심하지 않을까 해서 근처 'TenRen's Tea'에서 쩐주나이차(버블밀크티)를 포장해 갔다.

사실 언니가 식당에서 내 몫의 식사비까지 내주었고, 나는 그런 뜻밖의 호의에 너무 고마워 맛있는 디저트라도 대접하고 싶었던 건데 그녀는 배부르다며 사양했다.

단수이까지 가는 30여분의 시간동안 우리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고, 금세 가볍지 않은 정이 들어 버렸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는 없었다. 왜 하필 오늘에야 만났을까 참 아쉬웠지만 생각해 보면 오늘이기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그녀에게 그나마도 최근 깔았다 지웠다는 카카오톡 계정을 알려 줬는데, 아직도 연락이 오지 않는 걸 보면 카카오톡도 사용하지 않나 보다. 연락처를 받아 놓을 걸 하는 아쉬움과 동시에 늘 만나고 헤어짐이 이어지는 여행의 희노애락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다.

대만을 떠나기 하루 전,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만의 참된 매력을 느끼게 해준 그녀에게 정말 고맙고, 그립고, 앞으로도 가끔 한 번씩 떠올릴 우육면 한 그릇과 함께 그리워할 것이다.

•용캉우육면(Yongkang Beef Noodles) 위치 (구글 지도)

베트남, 특히 하노이에 한번 쯤이라도 와본 사람들은 교통이라면 아주 진저리를 칠 것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오토바이들이 요리조리 빈틈을 놓치지 않고 앞으로 밀며 밀리며 나아가는 풍경.

특히 아침,  저녁 러시아워와 주말이면 도로는 거의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된다.

하기사 대중교통이라고는 낡은 버스뿐인 베트남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이동수단은 오토바이일 것이다.


우선 자동차는 너무 비싸다.

베트남은 자동차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수입관세가 거의 100% 부과된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2,000만원인 모닝을 두배 가격인 4,000만원에 사야하는 것이다. 때문에 웬만큼 잘 살지 않으면 차를 몰기 힘들다.


기름값도 휘발유가 리터당 21,000동(우리 돈으로 1000원 수준) 정도로 한국사람들에겐 저렴하지만,

현지 사람들의 평균 소득이 한국의 1/10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그렇게 싼 가격은 아니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여러모로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물론 자전거, 전기자전거라는 대안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힘이 덜 들고 빠르고 멀리까지 갈 수 있는 오토바이의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나마 호치민에는 곧 지하철이 들어선다고 한다.

호치민은 경제적으로 발달해 자동차 이용 비율도 높고 교통질서도 더 나은 편이다.


그에 비해 지금도 한창 고속도로 건설 등 도로정비를 하느라 바쁜 하노이는 언제 지하철을 도입하고 언제 성숙한 교통질서의식을 갖추게 될까?

오토바이는 차처럼 덩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여기저기 맨몸처럼 자유자재로 스며들 수 있다.

그래서 교통 혼란을 더 가중시킨다.

일종의 추월 문화가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너도나도 오토바이 추월문화에 익숙하다보니 덩치 큰 차량에도 추월관성이 이어진다.

종종 손님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야 하는 본분을 망각한채 레이싱을 일삼는 택시기사를 만나기도 하고,

호시탐탐 차선을 바꾸려 시도하는 몇톤급 공사차량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물론 뭐든 하면 는다고 추월에 대처하는 운전자들의 반응도 기민한 편이지만, 여전히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에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 한 가지 거론되는 소음 문제.

오토바이 엔진 소리는 기본으로 까는 배경음악같은 느낌이다.

도시 외곽 공업지대에는 공사용 트럭까지 가중하여 어마어마한 클락션 소리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사실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도로의 운전자들인데, 맨몸으로 도로에 방치되다보니 소음에 대한 역치가 높아진 것 같다.

우선 대체적으로 말소리가 클 뿐만 아니라 결혼식 등 행사가 있을 때 귀청이 떨어질 만큼 음악을 크게 틀기도 한다.

흥을 돋우기 위함일 수 있지만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 그 데시벨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것이다.


공해는 두말할 것도 없다.

오토바이는 매연감소장치가 없기 때문에 1대가 자동차 3대보다 더 많은 매연을 배출한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한국에 유학간 베트남 친구가 서울 공기가 정말 좋다고 하기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총체적으로 난감한 베트남의 교통.

누구든 교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여전히 "답이 없다"로 끝나는 게 이곳 베트남이다.

수입차 관세 인하라던가, 자체 제조 기술력 확보, 대중교통시설 투자 등 좀 더 큰 차원에서 개선되지 않으면 당분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


그저 조금씩이라도 더 나아지기만을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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